與·野서 쏟아지는 ‘콘텐츠 세액공제안’, 하지만 업계선 “직접적인 투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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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K-콘텐츠’ 기업의 점유율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일각에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액공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직접적인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열풍 일으킨 K-콘텐츠, 尹 정부도 ‘관심’

최근 <기생충>, <오징어게임>, ‘BTS(방탄소년단)’ 등 K-콘텐츠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콘텐츠 산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콘텐츠 산업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보다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 효과와 고용 창출 효과가 높다. 때문에 콘텐츠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확장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9%의 고성장을 이뤄냈으며, 2021년엔 14조3,000억원의 수출을 이뤄내 수출 효자 품목으로 꼽히던 가전, 이차전지, 전기차의 수출액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문화적 영향력 순위(2023)’나 미국 유에스뉴스의 ‘문화적 영향력 순위(2022)’에서 우리나라가 7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가 점유하고 있는 비율은 2.76%로 세계 7위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도 ‘K-콘텐츠의 매력을 세계로 확산시키겠다’는 기조 아래 ‘K-콘텐츠’ 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민관합동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지난 18일 2차 회의에서 영상콘텐츠 세액공제 확대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국회도 세액 공제 비율을 최대 25%로 늘리고 영상 콘텐츠 세액 공제 대상 범위를 넓히는 등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콘텐츠 업계 ‘세액공제’ 개정안 다수 제출

현행 영상 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는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관련 제작 비용에 한해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로 이뤄져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 실적은 2018년 21억원에서 2022년 297억원까지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대기업 15%, 중견기업 20%, 중소기업 25%,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 6%, 중견기업 14%, 중소기업 20%로 늘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영상 콘텐츠 제작업의 특성상 영세한 중소기업이 많아 현행 세액공제에서 혜택을 많이 보지 못한 점을 반영한 결과다. 특히 이용 의원은 세액공제를 받는 콘텐츠를 뮤직비디오, 게임물, 전자출판물, 웹툰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상 콘텐츠 세액공제에 대한 일몰 기한을 1년 연장하고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25%의 세액공제를 주는 개정안을 내놨고,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대기업 20%, 중견기업 23%, 중소기업 25%로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면서 세액공제의 일몰 기한을 삭제했다. 국민의힘 의원보다 민주당 의원들이 오히려 더 세액공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개정안을 내놓은 모습이다. 다만 국회예산정책처가 이들이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 비용추계를 해본 결과 연평균 최소 343억원에서 1,775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현재 업계는 우리나라의 영상 콘텐츠 세액공제 비율이 3%에 그치는 데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해외의 경우 영상 콘텐츠 세액공제 비율이 최대 호주 40%, 미국 35%, 캐나다 30%, 프랑스 30%, 헝가리가 25%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 시장 최대 강국인 미국은 ‘국세법 섹션 181’에 따라 영화, 방송, 라이브 공연 제작사 및 투자자에게 최소 제작비의 75%를 미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1,500만 달러(약 191억1,0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준다. 또한 주 정부도 일정 조건하에 콘텐츠 산업에 세제 지원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보다 현실성 있는 세액공제 정책을 국회 차원에서 고심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운규 과학기술정보통시눕 제2차관(왼쪽 여섯 번째)이 4월 6일 서울 중구 1인미디어콤플렉스에서 ‘OTT 등 디지털 미디어의 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열린 ‘제5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적자 심각한 콘텐츠 업계,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업계 불만 ‘폭발’

한편 일각에선 ‘세액공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국회의 모습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 업계가 살아나기 위해 중요한 건 세액공제가 아닌 직접적이고 본격적인 ‘투자’라는 지적이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리더는 “콘텐츠 제작비용이 많이 오르고 있는데, 투자를 받기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며 “콘텐츠 투자에 일정 부분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 사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고창남 티빙 국장 역시 “중소 제작사, 신인 작가 등과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 왔는데 적자 상황이 지속되면서 상생보다는 생존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책금융이나 각종 투자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에 정부는 OTT를 비롯해 유망 영상 콘텐츠를 위한 3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펀드’를 조성하겠다 밝혔으나, 막상 자금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빙은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2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으며 웨이브도 2021년 558억원, 2022년 1,213억원의 적자를, 왓챠도 2021년 197억원, 2022년 454억원의 적자를 줄줄이 기록했다.

시장 성장세 하락과 제작비 증가 등 악재가 겹치며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한들 제대로 된 지원이 가능하겠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 국내 OTT 월간 순 이용자 수 전년 대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2021년에는 46% 증가했으나 2022년에는 겨우 8% 성장에 그쳤다. 코로나19 감염세 완화와 함께 상승곡선을 그리던 업계 성장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회당 제작비 증가 문제도 심각하다. 공유, 김고은 주연의 tvN 드라마 <도깨비>(2016년)는 회당 9억원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이병헌, 김태리 주연의 tvN 드라마 <미스터선샤인>(2018년)은 회당 제작비가 20억원이나 투입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2021년)의 경우 회당 3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인 만큼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IP 구매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대형 콘텐츠의 경우 투자 여력이 충분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독점하게 될 우려도 있다. 콘텐츠 쏠림 현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막기 위해선 영상 콘텐츠 업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윤 정부는 콘텐츠 산업을 국정과제로 채택할 만큼 K-콘텐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 업계의 성장을 위해선 세액공제만으론 부족함을 정부가 빠르게 알아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