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누누티비’ 등장, OTT 고난의 역사는 끝을 맺을 수 있을까

누누티비는 구축(驅逐)됐지만, “불법 사이트 위협은 여전해” 불법 사이트 성행하는 韓, 저작권 인식 낮은 점도 한몫 불법 도박 근절 선행돼야 불법 사이트 ‘완전 근절’ 가능할 듯

누누티비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린 지 3개월이 흘렀다. 지난 4월 누누티비 시즌1이 꼬리를 내린 지 2개월 만에 누누티비2가 등장했으나 그마저도 하루 만에 폐쇄됐다. 그 사이 OTT 업계의 변화는 컸다. 누누티비 종료 이후 유료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누누티비 폐쇄 전 1,308만 명이던 국내 OTT 서비스 이용자 수는 폐쇄 후 무려 1,410만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불법 사이트의 위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성행하는 제3, 제4의 누누티비를 자처하는 불법 사이트들,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누누티비, 하지만

누누티비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사이트’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교묘한 수법을 갖춘 변종 사이트가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티비몬’이다. 최근 티비몬은 막 상영이 끝난 역대 21번째 천만 영화 <범죄도시3>를 무단으로 공유하며 세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티비몬에 올라온 건 비단 <범죄도시3>뿐이 아니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하트시그널 시즌4>, 라프텔·넷플릭스가 수입 중인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티비몬은 교묘하게 스스로를 ‘합법 사이트’로 만들었다. 티비몬의 하단엔 ‘티비몬은 무료 다시보기 서비스입니다. 이 웹사이트엔 음악·비디오·멀티미디어 파일을 저장하지 않습니다. 저작권에 대해 티비몬은 책임이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즉 티비몬은 콘텐츠를 직접 송출하는 게 아니라 해당 콘텐츠의 링크만 제공하는 것인 만큼 불법이 아니란 것이다. 실제로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지식재산권(IP)을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하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데, 링크를 거는 행위는 법적 항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 규정이 없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단 1일 만에 꼬리를 내린 ‘누누티비2’도 사실상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현재 구글에서 누누티비2를 검색하면 버젓이 ‘누누티비’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가 나온다. 이곳으로 접속해 보면 ‘누누티비팀이 티비위키로 돌아오다’란 문구와 함께 ‘티비위키’란 사이트로 연결해 주는 버튼이 뜬다. 티비위키는 ‘유니콘 HTTPS’란 VPN 프로그램 설치를 강제함으로써 추적을 어렵게 했다. 유니콘 HTTPS를 사용하면 인터넷 주소(IP)는 물론 어떤 국가에서 접속했는지도 확인하는 게 어려워진다. 누누티비 근절이 더욱 어려워졌단 의미다.

‘티비핫’이란 사이트도 있다. 티비핫은 한국영화부터 해외영화, 그리고 드라마와 시사, 다큐 등 대부분의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별도의 우회 접속이 필요 없으며 장르별로 카테고리가 구성돼 있는 등 OTT 플랫폼과 같은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티비몬, 티비위키 등과 달리 정부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콘텐츠를 대놓고 ‘불펌’해 오고 있는 것이다.

불편한 불법 사이트들, 왜 성행하나?

물론 불법 서비스인 만큼 위 세 사이트는 모두 각각의 사용상 불편함을 안고 있다. 우선 티비몬은 하나의 영상을 10개 정도로 나눠 놓는데, 끊김 현상이 심하다. 세 번째 영상 파일이 끝나면 네 번째 영상 파일이 재생돼야 함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티비위키는 VPN 프로그램이 강제로 구동되는 탓에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 티비핫 또한 끊김 현상이 심하고 화질이 좋지 못하다는 게 사용자들의 주된 평가다.

이처럼 불편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사이트가 성행하는 건, 역시 돈 때문이다. 보통 한 달에 만원 내외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OTT와 달리 이들 불법 사이트들은 그 어떤 금전적 요구도 하지 않는다. 이는 사용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여러 OTT에 산재해 있는 콘텐츠를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점도 이들 불법 사이트가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저작권 인식이 상당히 낮다는 점 또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불법 사이트 근절, 가능할까

이 같은 불법 사이트를 완전히 근절하는 것이 가능하긴 한 걸까? 불법 사이트를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선 ‘돈줄’을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 불법 사이트의 최대 돈줄은 ‘불법 도박 사이트’다. 불법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위, 아래, 양옆 등 사방에 링크돼 있는 배너들이 대부분 이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불법 사이트 근절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잡아내기 위해선 해외 공조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결국 이같은 난해한 추적 방식이 발목을 붙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렇다 해서 정부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7월 말까지 최근 5년간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단속 건수는 무려 11만8,672건에 달했다. 정부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운영함으로써 불법 도박 사이트 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감시팀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감시팀 인력이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보니 인력 문제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특히 감시팀에게 단속 및 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단순 감시 기능만으로는 3만여 건으로 추정되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단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불법 미디어 콘텐츠 사이트, 불법 도박 사이트 등 불법 사이트들은 차단과 추적,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된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4월 누누티비 폐쇄 당시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불법 사이트가 근절되는가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가 ‘불법 사이트의 천국’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정부 차원의 더욱 강력한 ‘뿌리 뽑기’가 필요한 시점이다.